[미리 보는 3줄 요약]
- 비염과 코 막힘, 약보다 중요한 건 코 점막이 건조하지 않게 실내 습도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 코는 차가운 공기를 데우고 가습하는 우리 몸의 '천연 가습기' 역할을 수행합니다.
- 겨울철 새벽에 아이가 깬다면 온도가 아닌 습도를 확인하고 가습기 사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비염을 앓아보지 않은 사람은 코로 숨 쉬지 못하는 고통을 모릅니다. 마치 빨대로만 숨을 쉬는 듯한 답답함, 띵하게 울리는 머리, 밤마다 마르는 입안...
그래서 비염이 있는 분들은 정말 많은 노력을 합니다. 좋다는 작두콩 차를 마시고, 코 세척을 하고, 유명하다는 이비인후과를 찾아다니고,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하죠.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그렇게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이면서, 정작 가장 기본이 되는 '습도'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습도계가 지금 몇 퍼센트를 가리키고 있나요? 아니, 집에 습도계는 있나요?
코 건강은 '호흡기 건강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흔히 코를 그저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라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는 우리 몸에서 가장 정교하고 바쁜 '천연 가습기'이자 '히터'입니다.
폐는 아주 예민한 장기입니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폐로 바로 들어가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코는 외부의 공기를 순식간에 체온과 비슷한 온도(30~32도)로 데우고, 습도를 90% 이상으로 높여서 폐로 들여보냅니다.
이 과정은 0.25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집니다. 정말 놀라운 성능이죠.
콧물과 코막힘은 코가 '과로'하고 있다는 신호
문제는 환경이 너무 가혹할 때 생깁니다.
겨울철 실내처럼 공기가 차갑고 건조하면, 코는 이 공기를 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부족한 습기를 채우기 위해 콧물(점액)을 쏟아내고, 차가운 공기를 데우기 위해 콧속 혈관을 팽창시켜 열을 냅니다.
- 혈관이 팽창하니 숨길이 좁아져 코가 막히고,
- 습도를 맞추려다 보니 콧물이 줄줄 흐릅니다.
우리가 '비염 증상'이라고 부르는 이것들은 사실, 건조한 공기에 맞서 싸우는 코의 처절한 '면역 반응'이자 '과로의 증거'인 셈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가 숨 쉬는 공기의 습도만 적절하게 맞춰줘도 코가 해야 할 일의 절반은 줄어듭니다. 코가 쉴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것이 비염 관리의 시작입니다.
새벽에 자꾸 깨는 아이, 온도 말고 '습도'를 보세요

비염이 없는 분들도 이 중요성을 체감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를 키울 때입니다.
한겨울 새벽, 아이가 자다 말고 갑자기 깨서 칭얼거리거나 기침을 토해낼 때가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혹시 추운가 싶어 이불을 덮어주거나 보일러 온도를 확인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범인은 온도가 아니라 '건조함'입니다.
코가 막힌 아이는 입으로 숨을 쉽니다(구강 호흡).
입에는 코처럼 가습 기능도, 필터 기능도 없습니다. 건조하고 먼지 섞인 공기가 목구멍을 바로 타격합니다. 목 점막은 바짝 마르고, 바이러스 침투는 쉬워집니다.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죠.
이때 필요한 건 더 두꺼운 이불이 아닙니다. 코 점막을 촉촉하게 해 줄 적절한 습도입니다.
📌 보일러 온도를 높이면 오히려 습도가 떨어지는 원리를 아시나요?
=> [Chapter 1-2. 적정습도 40~60%의 함정과 상대습도의 비밀]
보일러는 켜면서, 왜 가습기는 켜지 않나요?
우리는 '온도'에는 매우 민감합니다. 조금만 추워도 바로 보일러를 켜고, 24도인지 25도인지 숫자를 확인합니다. 온도는 피부로 바로 느껴지고, 보일러라는 확실한 제어 장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습도'는 눈에 보이지 않고, 체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습도 관리를 어려워하거나, 중요하지 않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비염 환자나 호흡기가 약한 아이에게는 보일러 1도 조절하는 것보다 습도 10%를 올리는 것이 컨디션에 훨씬 드라마틱한 변화를 줍니다.
습도를 올리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빨래를 널 수도 있고, 화분을 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빨래를 널 수는 없기에, 결국 우리는 '가습기'라는 도구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가습기를, 어떻게 써야 내 코가 가장 편안할까요? 무조건 습도를 높이는 게 정답일까요?
본격적으로 가습기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다음 편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적정 습도 40~60%의 함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